[기사공유]인재 모으기만 하는 리더는 하수 ‘집단 천재성’ 일깨워야 천재적 성과 나온다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히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계획을 세우는 ‘관리자형’ 리더가 아닌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혁신을 이루는 조직을 만드는 ‘혁신형’ 경영자가 필요합니다. 최근 기업들을 보면 조직을 과잉 관리(overmanage)하는 경영자는 많은 반면 조직을 제대로 이끄는 리더는 적습니다(underlead).”

리더십 전문가인 린다 힐(Hill·60)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여성치고는 낮고 굵은 목소리로 명료하게 발음하는 그의 화법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그는 너무 약하지도 세지도 않게 손을 잡고 악수를 건네며 두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30년 가까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몸담은 힐 교수는 리더의 역할과 좋은 리더가 되는 법 등을 연구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리더십 구루’로 꼽힌다. 그는 기업에서 오랜 기간 일하거나 처음부터 경영학을 전공한 인물은 아니다. 학부에선 심리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교육심리학과 행동과학으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심리학을 전공한 게 리더십 연구에 보탬이 됐다”며 조직 내 인간관계나 상호작용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클리비즈는 4년 전 ‘보스의 탄생(원제 Being the boss)’이란 책을 낸 힐 교수를 만났다. 당시 그는 “좋은 상사(boss)가 되려면 자기 자신과 인맥, 팀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만난 힐 교수의 ‘보스학 이론’은 그때와 조금 달랐다. 인재를 잘 통솔해 함께 혁신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능력을 좋은 리더의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미국·영국·스위스·인도·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10여개국의 주요 기업과 경영자의 리더십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혁신의 설계자(원제 Collective genius)’란 책을 출간했다.

1 관리형 리더 지고 혁신형 리더 뜬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상사가 되는가’에서 ‘어떤 리더가 혁신적인 조직을 만드는가’로 연구 주제가 달라졌습니다.

“지식 기반 경제로 옮아가면서 관리보다 혁신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일회성 혁신이 아닌 지속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지, 리더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변화를 이끄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90년대에 IBM 같은 대기업들이 휘청거린 이유는 당시 경영진이 업무를 관리하고 계획을 실행하는 법은 알았지만, 변화에 맞춰 조직을 이끄는 법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리더는 선견지명이 있는 인물입니다. 직원들에게 앞으로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을 따르도록 만드는 리더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변화에 대응하는 것과 혁신을 이끄는 것은 다릅니다. 기술과 지식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상향식 혁신이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하는 혁신적인 리더가 성공합니다.”

2 리더 혼자 혁신? 천재적인 조직을 만들라

―어떤 리더가 혁신적인 리더인가요.

직원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고안할 수 있는 기업 문화와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리더입니다. 많은 사람이 혁신적인 리더의 대표 사례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꼽는데, 기업의 혁신 중에서 천재 한 사람으로 인한 혁신은 드뭅니다. 기업의 혁신은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가진 직원들이 협업한 결과물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리더가 목표를 세우고 직원들이 따르게 관리하는 것과 직원들 스스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을 찾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혁신에 성공한 리더들은 유능한 개개인을 모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천재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집단천재성을 불러일으킨 겁니다.”

3 혁신 의지 갖추려면 일에 가치를 부여해야

―어떻게 집단천재성을 일깨울 수 있습니까.

“직원들이 ‘혁신 의지’와 ‘혁신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혁신 의지는 직원들에게 일의 가치를 이해시키는 데서 나옵니다. 단순히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한 단계를 고민하기 전에 직원들이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가치를 납득해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 방식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펜타그램의 사례를 볼까요. 그래픽디자이너, 산업디자이너, 건축가 3명이 1970년대에 영국 런던에 공동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미국과 독일에 지사를 두고 유나이티드항공, 펭귄북스, 제록스 등 전 세계 대기업의 의뢰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에 160명에 달하는 파트너들을 두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콧대 높은 디자이너들을 한데 모은 비결은 ‘좋은 디자인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공동의 목표였습니다.”

4 협업·학습·융합하면 ‘집단천재성’ 가능

―집단천재성을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 있습니까.

천재적인 조직을 만드는 세 가지 요소는 협업, 발견적 학습, 통합적인 의사 결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각 창조적인 마찰과 창조적인 민첩성, 창조적인 통합이 필요합니다. 우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수많은 사람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이런 창조적인 의견 마찰을 통해 성공적으로 협업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면 빠르게 실험하고(창조적 민첩성)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발견적 학습). 2004년 독일 이베이 지사장이 된 슈테판 그로스-젤벡은 독일에서 이베이의 입지를 확장할 방법으로 ‘마이크로 프로젝트’를 본사에 제안했습니다. 실무 담당자나 팀 단위로 제품 개발이나 홍보 행사를 본사 승인 없이 작은 규모로 진행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규모를 키우거나 정식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1년 만에 독일 이베이 직원의 25%가 아이디어를 한 개 이상 낼 정도로 사내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다양한 명절 이벤트와 상품 정보 입력 방식을 개선한 이지리스터(EasyLister) 서비스 등이 성공을 거뒀고, 독일 이베이는 3년 만에 독일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을 회원으로 둘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번 혁신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픽사의 경우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제작할 때 평균적으로 직원 250명이 참여합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 리더는 의견이 충돌할 때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직원들 스스로 고민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융합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기사공유]인재 모으기만 하는 리더는 하수 ‘집단 천재성’ 일깨워야 천재적 성과 나온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