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공유]미래, 혼자 안 보이면 여럿이 함께

브렉시트와 같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부닥쳤을 때면 으레 전문가를 찾기 마련이다. 답답한 마음에 브렉시트 후 유럽은 어떻게 될지, 세계 금융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에 대해 물어본다.

하지만 사전예측도 제대로 못한 전문가가 미래를 예측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브렉시트같은 상황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민족주의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들이 빚어낸 결과이므로 전문가 한 명이 그 의미를 해설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모든 분야를 통달한 전지전능한 만물박사는 없다.

이럴 때는 모이고 협업해야 한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전문지식을 총동원하고 지혜를 모은다면 미래예측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전문용어로 이를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 부른다.

혼자의 눈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여럿이 함께 보면 윤곽이 보일 수 있다. 정확히 예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방향성이나 추세, 개연성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미래예측은 깜깜한 미래를 향해 전조등을 비추는 것과 같다. 한 명의 전문가가 전조등을 비추는 것보다 여러 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비추면 더 멀리 더 또렷이 볼 수 있다.

집단지성의 힘

우생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랜시스 골턴(Francsis Galton)의 에피소드는 집단지성의 위력을 이야기할 때 종종 인용된다. 골턴은 1906년 우연히 우시장에서 황소 무게를 눈대중으로 알아맞히는 대회를 목격한다. 이 대회에는 무려 800여 명이 참가했는데 그 누구도 황소 무게를 정확히 맞히지 못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대회 참가자들이 적어낸 무게의 평균을 계산해본 결과 황소의 실제무게와 거의 비슷했다는 것이다. 추정 평균치는 1197파운드였고 황소의 실제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황소 전문가들이 써낸 추정치보다 전체 참가자 추정치의 평균값이 더 정확했다.

골턴은 이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를 1907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다. 개별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식이나 지혜는 미미해보일지라도 그것이 모이면 누구도 예상 못한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미래는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미지의 세상이다. 미래예측이야말로 이러한 집단지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협업이 필요하다. 방대하고 복잡한 문제일수록 집단지성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브렉시트만 하더라도 그 의미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유럽지역학, EU 정책, 금융, 국제관계, 국제법, 외교, 유럽사, 사회심리, 민족문제, 과학기술 등 분야별 전문가의 식견이 필요하다. 한 분야 전문가의 예측만으로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 오늘날은 천부적 예지력과 재능을 가진 전문가 한 사람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보통 미래예측을 하는 데는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시나리오 기법’과 ‘델파이 기법(Delphi technique)’이다.

시나리오 기법은 영화의 장면, 순서, 행동, 대사를 담은 시나리오처럼 미래의 가상적 상황, 개연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방법이다.

반면 델파이 기법은 전문가의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여러 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설문조사를 해서 의견을 모으고 교환하면서 공통 의견을 추출하고 수렴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전문가 합의법’이라고도 부르는데 원래 1948년 미국 랜드(RAND)연구소에서 처음 개발돼 군사·교육·연구개발·정보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예측에 이용되고 있다.

델파이 기법이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에서 미래를 알기 위해 델포이 신전(Delphoe)에서 신탁을 행했던 데서 유래한다. 신탁이란 신이 사람을 매개자로 하여 그의 뜻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물음에 답하는 것을 말하는데, 신에게 미래를 묻듯이 전문가들에게 미래를 묻는 것이 델파이 기법이다.

이 기법은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응답자 익명을 보장하므로 미묘한 사안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둘째, 피드백 등 반복과정을 통해 미래예측의 논점과 이슈를 모아갈 수 있다. 셋째,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확률적인 정확성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한국미래학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함께 펴낸 ‘서기 2000년의 한국에 관한 조사연구’ 보고서에서 한국 최초로 델파이 기법을 미래연구에 적용해 서기 2000년의 미래상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미래소통 플랫폼의 가치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전문가들이 맞들면 더 나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식견과 지혜가 모이면 보다 객관적이고 개연성이 높은 미래예측이 가능하다.

현실 문제가 너무 많아서인지 우리나라에는 내로라하는 미래학자도 전문적인 미래연구소도 없다. 미래를 준비할 자세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사회이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시급하다.

현실이 이러할진대, 당장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 브렉시트 등 엄중한 미래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미래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밀실에서 관계자와 전문가 몇 명이 대책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이슈를 공론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집단지성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인들의 참여는 다다익선이다. 미래는 특정집단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누구나 현실은 고달파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갖고 싶어 한다.

우선 온라인 공간에서라도 미래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 기대를 소통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러한 ‘미래소통 플랫폼’은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소통의 장이자, 미래예측을 위한 집단지성의 활동 공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정말 힘든 것은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 닥쳐올 상황 자체를 알 수 없는 경우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야말로 두려움의 근원이다.

미래예측은 사람들의 습관이 돼야 한다. 습관이 축적되면 문화가 된다. 미래를 자주 이야기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감소시키고 미래예측에 친숙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관련 기사(테크M 제 40호,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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