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공유]경영학책 새로 쓰다

경영 환경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저성장과 저소비, 높은 실업률이 일상화된 ‘뉴 노멀’이 거시경제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보급과 맞물린 IT 혁신으로 온라인 공간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사업 모델이 속속 등장하며 산업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노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세대 갈등 등 인구구조를 둘러싼 변화도 벌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경영인의 요건도 달라졌고 새로운 경영인을 길러내는 경영대학원(MBA)도 이런 상황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영대학 순위도 달라지고 있다. 기술 기업이 떠오르면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대 등이 부상하고 있고, 학문 간 통섭과 인재 다양성을 중시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스페인 이에세(IESE), 스위스 IMD 등이 전통적인 미국 명문대 경영대학원들을 제쳤다.

새 시대 경영자 자질 4가지 키워드

위클리비즈는 앞으로 경영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세계 7위권 경영대학원 학장 중 4명을 포함, 총 11명의 세계 주요 경영대학원장을 만났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경영자에게 앞으로 필요한 자질’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하는 데 필요한 ‘뉴 하드스킬‘, 기업 구성원 스스로 혁신을 이뤄내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동기부여 능력‘,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조직 내 갈등을 줄이는 ‘수평적 조직 문화‘, 기업이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배려와 진정성의 경영 등 네 가지이다.

①新기술을 이해하는 ‘뉴 하드스킬’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농업혁명, 기계화와 대량생산에 따른 산업혁명, 디지털혁명에 이은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과 첨단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면서 앞선 산업혁명 때와 같이 모든 경제의 근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식의 생성과 활용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지식 기반 경제’다.

제프리 개릿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학장은 이런 환경에서 비즈니스 리더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뉴 하드스킬’을 꼽았다. 재무·회계·마케팅 같은 경영 지식을 ‘하드스킬’이라 하는데, 이보다 첨단 기술에 대한 지식인 ‘뉴 하드스킬’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과거의 비즈니스 환경과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 혁신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좋은 비즈니스 리더가 꼭 괴짜 과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이 중에서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 적용할 줄 알 정도의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 다른 학문의 전문가에게 손을 내미는 능력도 중요한 자질로 꼽힌다. 지식 기반 경제로 옮아가면서 재무나 생산 관리보다 혁신이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경영 전문가들은 공학도 출신이 아니더라도 여러 분야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업무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②혁신 이끄는 ‘동기부여형 리더’

경영학계는 ‘똑똑한 1인 보스 체제’보다 ‘혁신적인 조직’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소비자의 입맛이 급변하고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경영자 한 사람이 모든 혁신을 주도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성장기를 주도해왔던 ‘카리스마형 리더’가 더는 좋은 리더로 불리기 힘들어졌다.

니틴 노리아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장은 조직에 영감을 주고 인재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리더가 중요하다고 봤다.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이 능동적으로 따라오게 만드는 리더가 있어야 기업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떠오르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인들은 ‘내가 세상을 좋게 만든다’는 적극적인 비전으로 무장하고 있다.

리더가 비전을 제시한 후 조직원들이 스스로 따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능한 인재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해야 합니다.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달성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망설임은 사치입니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책임 의식을 갖고 움직여야 합니다.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혁신을 추구하는 방식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리더 혼자서 전략을 고민하기보다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직원들 스스로 혁신을 이뤄내도록 자극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최근 리더십 전문가인 린다 힐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리더십에 ‘혁신 설계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영학계에서는 조직원들이 작은 혁신을 이루는 조직 문화를 ‘혁신 생태계’라고 부르고, ‘티밍(teaming·부서나 조직이 다른 인재들 간의 창조적인 협업)’을 이뤄낼 때 혁신이 잘 일어난다고 본다.

③新세대·외부 인재 끌어들이는 ‘수평적 조직 문화’

조직원들을 매끄럽게 아우르고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도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으로 꼽힌다.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따라 기업이 끊임없이 계속 변신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흔들리고 인재 이탈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의 수직적인 기업 문화가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개방적이고 직원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최근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집계한 2016년 MBA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프랑스 인시아드(INSEAD)는 프랑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캠퍼스를 운영한다. 교육과정에서도 다양한 성별, 국적, 연령의 학생들 간 교류를 중시한다.

일리안 미호브 인시아드 학장은 “최근 경영 트렌드의 큰 화두는 인재의 포용성과 다양성”이라며 “다양한 사람과 환경에 노출되면서 내가 가진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배우고, 또 내가 가진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부각되는 기업 내 갈등은 세대 갈등이다. 현재 기업의 상층부를 구성한 세대는 일과 가정이라는 선택지를 기반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짙은 반면, 최근 입사한 젊은 세대는 현재를 얼마나 충실하게 살고 있는지,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나 얼마나 흥미로운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고속성장기가 끝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처럼 ‘일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직이나 ‘투잡(two jobs)’이 흔하다.

리치 리옹 미 UC버클리대 하스경영대학원장은 엄격한 위계질서 대신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시대·시점마다 적합한 리더의 유형이 다르다”며 “앞으로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경영자들이 신세대의 사고방식과 일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하며, 모든 직원과 함께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④新 가치… ‘배려와 진정성의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자의 도덕성도 새로운 관심사다.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량 조작 문제나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스캔들 같은 사고를 수습하는 소극적인 범위의 사회적 책임에서, 친환경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금융 위기의 반성으로 교수들을 모아 이전까지의 MBA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배양해야 할지 연구했다. 이때 내려진 결론은 ‘사회적 책임과 배려를 강조하는 리더십’이었다. 당시 하버드대에 몸을 담았던 피터 투파노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장은 “(이전까지의 MBA는) 예비 기업인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장기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가르치지 못했고 전체를 보는 사고를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기업이나 제품을 국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는 리더들이 근시안적이고 미시적으로 기업을 이끄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때문에 사이드경영대학원은 효율성보다 인류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 배려와 조화를 중시하는 리더십에 무게를 둔다. 교육과정에도 철학, 역사학 등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는 수업이 많다.

‘진정성(authenticity)’이나 사회적 기업과의 연계가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들도 힘을 얻고 있다. 진정성이란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일관된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적·도덕적 문제에 깨어 있는 것’으로, 글렌 캐럴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고안한 개념이다. 현대 소비자들에겐 본인이 중시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상품을 선호하는 ‘가치 소비’의 경향이 있어, 유명 상표나 대기업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는 것에 끌린다는 분석이다.

>> 관련 기사(조선비즈, 2016.08.13)

Published by

Time to CUBE

소셜 공유 서비스 - CUBE를 만날 시간입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