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공유]21세기 CEO 소통력

세계는 대화·공감의 리더십…한국은 여전히 권위주의 분명한 메시지 전하고 일선 직원들 이야기도 경청해야

잭 웰치(Jack Welch) 전 GE 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영자다. 그가 회장으로 일했던 1981년부터 2001년까지 GE 매출은 4배 이상, 시가총액은 30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그에 대한 평가는 ‘지난 시대에나 통했던 경영자’로 바뀌었다. 실적에 따른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강행한 웰치식 ‘철(鐵)의 경영’은 직장 선택의 기준이 실적보다는 기업 문화와 가치로 바뀐 21세기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기술업체 메드트로닉의 CEO를 지냈던 리더십 전문가 빌 조지(William George)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선임연구원은 경제전문지 <포천>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수평적이며 협력할 줄 알고(collaborative) 직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empowering)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고 했다. 회사 외부에서 수혈되던 ‘카리스마형’ 리더보다는 회사 내에서 배출한 소통형 리더, 직원과의 공감 능력이 뛰어난 리더를 필요로 하는 시대라는 얘기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숱하게 등장한 소셜미디어의 유행은 리더에게 필요한 어법을 바꾸고 있다. 권위로 내리누르는 일방통행 어법 대신 서로의 마음에 다가가는 감성 소통법을 요구하는 것이다.

세대교체·정보공유가 선호 리더십 바꿔

이 같은 변화를 이끈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세대 교체다. 회사의 중추를 담당하는 인재들이 베이비부머에서 ‘X세대(1965~198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이동하면서 과거 같은 수직적 조직문화에 대한 거부 반응이 커졌다. 조지 선임연구원은 “요즘 세대는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기업 대신 구글처럼 하나의 사명 아래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추세 역시 리더십 변화를 일으킨 요인이다. 컨설팅회사 액센추어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11개국 기업의 경영자 1050명과 근로자 10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근로자의 60%는 글래스도어(glassdoor) 등 기업 및 경영자 정보 공유 사이트에 자신의 연봉 정보와 다니는 회사, 경영진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공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런 정보는 인재들의 이직은 물론, 기업들이 사업상 새로운 협력업체를 찾거나 인수 합병을 추진하는 등 중요한 경영 이슈에서도 점차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뉴스가 전달되는 이 시대에는 기업의 평판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좋은 뉴스든 나쁜 뉴스든 수백만분의 1초 만에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 미디어 그룹의 회장인 데임 아멜리아 포셋(Dame Amelia Fawcett)은 “이 시대는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리지 않고 뉴스가 양산되는 시대”라며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대단히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기업의 글로벌화도 리더십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인재가 한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다른 문화권에 대한 공감과 배려의 리더십이 필요해진 것이다. 목표를 제시한 뒤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웰치 전 회장도 최근 시대가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015년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유능한 인재를 관리할 수 있는 관대한 리더가 필요하다”며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자유롭게 일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팀플레이·공감 등 소통능력 중요

많은 경영 전문가는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는 시대일수록 다양한 재능을 아우를 수 있는 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리더십 계발 전문가 맨프레드 케츠 데 브리스(Manfred Kets De Vris) 교수는 “이 시대에는 팀플레이를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글로벌화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환경에, 산업 경계가 쉴 새 없이 무너지고 새로 생겨나는 기술 혁신의 시대에는 한 사람이 지닌 전문지식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우주선처럼 복잡해진 현대 조직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동시에 튀어나오기 마련이고 이런 아이디어를 제각각 실행에 옮기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됐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실행력과 추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독재자가 되는 대신, 어느 정도의 권위를 갖고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리더십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감성지능이다. 조직원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영감을 줄 수 있어야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을 단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원이 서로에게 솔직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려면, 리더가 어느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든 공감(empathy)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데 브리스 교수는 “공감할 줄 아는 리더 앞에 있을 때에야 사람들이 솔직하게 희망과 공포를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서로의 감정이 전달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조직원 간의 협상과 협력, 분쟁의 해결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중략)

소통에 강한 CEO의 어법

리더십 칼럼니스트 조엘 트라멜(Joel Trammell) 코러스(Khorus) CEO는 리더의 소통에 대해 “위기나 변화무쌍한 환경을 헤쳐가야 하는 기업에서 일관되게 조직원을 단합시키는 능력으로, 조직을 하나로 단단하게 붙이는 풀과 같다”고 비유했다. 문제는 CEO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케빈 머레이는 리더 60여명의 언어습관을 관찰하고 쓴 저서 <리더의 어법(Leader’s Language)>에서 “리더의 과업은 다른 이들이 뛰어난 성과를 성취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직원에게 영감을 주고 결속력 강한 조직을 만드는 CEO의 어법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말하는 CEO의 소통법 가운데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지침들을 추렸다.

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휼렛 패커드(HP)의 메그 휘트먼(Meg Whitman) CEO는 “오늘날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 직원과 고객부터 투자자까지 이해관계가 얽힌 모든 사람에게 기업의 전략과 성과가 좋든 나쁘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직급에 관계없이 직원들의 결속력과 주주와의 관계를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통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어떤 직급의 직원이든 누구나 회사와의 관계를 다지고 자신의 책무를 다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② 분명한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한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회사 로빈슨레러앤드몽고메리(Robinson Lerer & Montgomery)의 창업자인 월터 몽고메리(Walter Montgomery)는 “CEO의 말은 누구나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분명하고 명확한 생각을 반복적으로 표현해야 CEO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며 듣는 이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밀려난 여러 금융회사 CEO들은 모호하고 복잡한 표현으로 대내외의 신임을 모두 잃었다는 설명이다.

맥 휘트먼 휴렛팩커드 CEO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기업의 대내외 소통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사진 : 블룸버그>

③ 직원과 일대일로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비즈니스 라커 룸 창업자 켈리 릭(Kelly Riggs)은 “대규모 조직이 될수록 직원들과 소통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직원 간에 알력다툼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들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대일로 만나 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CEO가 말하기보다는 경청을 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릭은 “‘이번 한 주 어땠나?’ ‘이번 주에 우선순위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등의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직원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라”고 조언했다. 개인에게 말하는 연습은 대중을 향한 연설 때도 도움이 된다. <포브스>는 ‘뛰어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에 담긴 비법’이란 기사에서 “위대한 리더는 청중수가 몇명이든 저마다 ‘일대일로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화법에 능하다”고 전했다.

④ 고개를 함부로 끄덕이지 않는다

CEO의 몸짓은 그의 언어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행동분석업체 탤런트스마트(TalentSmart)의 대표 트래비스 브래드베리(Travis Bradberry)는 “대화할 때 드러나는 몸짓으로 상대가 의도를 완전히 잘못 읽을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일 때 특별히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아야 상대에게 ‘승인’의 의미와 ‘거부’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⑤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지 않는다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는 것도 CEO가 피해야 할 몸짓 가운데 하나다. 브래드베리는 “이런 몸짓은 상대방의 말에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신호를 전하게 된다”며 “미소를 짓거나 이야기를 활발하게 하더라도 상대방은 ‘나를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불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는 “그 대신 이야기를 하는 상대방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눈을 맞추면 상대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명한 뜻을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관련 기사(이코노미조선, 2016년8월 1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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