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공유]실적은 책임지겠으니 자율을 달라

중소벤처기업 김 사장은 직장생활을 10여년 하다가 창업을 하니 직원들 입장을 알겠더라고 한다. 회사에서 비전이나 목표를 제시하고 돌격 앞으로 하는 것이 경영에는 도움이 되지만 직원들에게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회사가 기반이 잡힌 것 같아 비전과 목표 없이 경영하기로 했다. 매년 사업목표를 세우는 것도 직원들이 부서별로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고 이것을 모아 회사의 사업목표로 가지고 갔다. 굳이 ‘좀 더 해라’ ‘이걸로 되겠나’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직원들은 지난해 보다 적은 목표를 세우는 경우는 없었다.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줬고 그 해 세운 사업목표는 얼추 맞추거나 조금 모자라는 수준이라 직원들 탓할 일도 없었다. 그는 스스로 자기가 그런대로 쓸 만한 CEO라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을 들었는데 의외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비전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미래에 이룰 큰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한해 한해만 보고 가는 것 같아요” “목표의식 없이 회사가 운영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직원들 부담 없게 하려고 일부러 비전이나 목표를 안 잡았는데 그게 불만이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사장의 생각 vs 직원의 생각

출근시간 문제도 그렇다. 김 사장이 직장 다닐 때 9시에 맞춰 출근하는 게 정말 힘들었던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졸린 눈 비비고 아침도 못 먹고 막히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회사에 가던 모습이 생각났다. 특히 월요일은 정말 지옥 같았다. 회사의 기틀을 잡는 단계에서는 기강이 있어야 하니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시간을 정했고 야근도 많이 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것 같아 근무시간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6시30분으로 바꿨다. 그리고 월요일은 특별히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췄다. 얼마 전에는 퇴근시간을 30분 당겨 오후 6시로 바꿨다. 직원들의 무척 반응은 좋았다. 한발 더 나가기로 했다. 기회가 있어 직원들에게 앞으로 계획은 퇴근시간을 오후 4시로 당기는 것이 목표라고 직원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팀장이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전하는데 “사장님이 근무시간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4시로 바꾸면 급여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라며 젊은 직원들이 술렁거린다는 것이다. 직원들 얘기는 “급여는 주당 40시간,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받는 건데 근무시간을 줄이면 결국 급여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라며 반발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였다. 김 사장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단 한 순간도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급여를 줄이겠다는 상상조차 한 일이 없는데 직원들이 그렇게 받아드린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회사에서 겪은 두 가지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기성세대인 자기와 청년세대인 직원들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하루 종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어떤 상황에 대해 같이 보고 같이 들었는데 들을 때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서로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서로가 너무나 당연해서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문제조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서로 엉뚱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대충 알겠거니 넘어가지 않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젊은 직원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회사에 전혀 다른 종족이 살고 있다

요즘 청년세대들이 전통적인 문화와 시스템을 가진 회사에서 겪는 만성경기(‘경끼’로 읽음)가 5개 있다.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상사의 메시지, 퇴근하지 않는 상사를 기다리며 시간 죽이는 야근, 잦은 회의와 한번 했다 하면 2~3시간 씩 이어지는 장시간 회의, 상사의 일방적인 훈시 그리고 제일 듣기 싫은 말 “내가 옛날에 일할 때는 말이야” 기성세대에게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젊은 세대에게는 만성경기를 일으키는 상황이 되고 있다.

20170811_111658

문제는 기업의 세대구성의 변화다. 젊은 직원인 청년세대를 표현하는 말이 밀레니얼 세대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로 이전 세대와 다른 특성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 밀레니얼 세대를 조직에서 어린 애들이라고 불렀다. (화내지 말고 조금만 더 읽자) 불과 5년 전 이들은 전체 조직의 20% 정도를 차지했다. 적지 않은 비중이었지만 파워가 없었다. 거의 모두가 사원-주임이었다. 지금 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38세다. 대부분 과장이고 일부는 차장도 있다. 이제 대부분 조직에서 생산직을 제외하고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조직의 실무는 청년세대인 이들에 의해 대부분이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에서 대리님, 과장님들은 거의가 밀레니얼 세대인 청년세대다. 이제 청년세대의 불평불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현재 리더로 있는 기성세대의 숙제이자, 기업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방법은 하나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라.

청년세대의 상대편에는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임원들이 있다. 임원은 조직생활을 20년 이상 해온 사람들이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거쳐 온 기업의 핵심 중 핵심이다. 현재의 기업을 만드는 데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을 다 바친 일등공신들이다. 기업에서 임원이 의사결정을 해야 청년세대들이 실행력을 발휘하게 된다. 임원은 소수지만 이들은 현재의 권력이고 조직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임원은 사업과 조직에 대한 고민도 가장 많고 책임감도 크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도 크고 빠르게 변하는 직원들의 생각을 어떻게 모아내고 이끌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 변화하면서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한다.(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삶의 궤적과 일하는 방식을 따라가 보면 변화를 이끄는데 상당히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대부분 임원의 조직인으로서 삶을 요약하는 단어는 희생과 헌신이다. 개인 삶의 희생과 조직에 대한 무한헌신의 대가가 오늘 이들이 위치하고 있는 조직에서의 역할과 권한이다. “조직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가 이들이 경험한 성공의 비결이다. 이런 말이 청년세대에게는 낡고 고루한 생각으로 비춰진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임원들의 일하는 방식도 청년세대와 많이 다르다. 임원들의 대부분 오전 8~9시에 출근하는 회사를 다녔다. 그리고 팀장이 된 이후부터 10여 년 이상 대부분 정식 출근시간 1~2시간 전에 출근해서 회의를 하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임원 업무는 대부분 의사결정이라 하루 업무에서 적게는 50% 많게는 80~90%가 회의다. 하루 종일 크고 작은 회의의 연속이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오전 7~8시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회의를 해온 임원들에게는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나 오후 1시로 늦춘다는 것은 몸으로 익힌 직장생활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회의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회의를 최소화하고 회의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이고 회의에서 발언을 골고루 하게 하라는 것은 사실 맨붕(?)이 오는 상황이다. 기업에서 회의문화를 개선하라고 하면서 이것을 임원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몸으로 익힌 자전거 타기나 스케이트 타기는 쉽게 까먹지 않는 것처럼 임원들이 몸으로 익힌 일하는 방식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조직문화 혁신이나 개선은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하라

기업에서 조직문화 혁신이나 개선을 추진하면서 부문이나 본부의 특성이 다르니 임원들이 자율적으로 근무조건이나 일하는 방식을 운영하라는 것은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근무조건이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임원 개인의 의식개혁이나 계몽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현실을 모르는 단순한 생각이다.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근무조건이나 일하는 방식과 같은 조직문화 혁신이나 개선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은 확실한 방법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유연하게 사고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지침을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한화그룹이 진행하는 조직문화 혁신 활동 항목 중 하나인 ‘팀장 주2회 이상 정시퇴근제’와 같이 환경을 만드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 회의문화 개선 부분도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회의주재자는 자기 발언을 줄이고 참석자의 얘기를 들어라’와 같은 권고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캠페인이나 제도를 통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문화 혁신이나 개선은 리더와 멤버들이 자율적으로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에 의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은 시간낭비, 역량낭비다.

10여 년 전 국무조정실이 주최한 혁신워크숍에서 기업부분 최우수상을 받은 LG전자의 ‘111 회의문화’ 는 지금도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회의자료는 1일 전 공유, 회의시간은 1시간 이내, 회의결과는 1시간 내 공유한다. ‘111 회의문화’는 모든 회의실에 포스터로 붙어있었고 이후에는 ‘회파라치’라고 하여 이 지침을 위반하면 신고할 수 있고 포상금까지 지급했다. 삼성전자도 5년 전 비슷한 제도를 시작하여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회의 없는 날(수요일)을 지정하고 회의시간은 1시간 원칙으로 하고 최대 한 시간 반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모든 회의실에는 타이머(1시간을 눌러 놓음)과 모래시계(개인발언 시간 통제)를 비치해 뒀다. 회의록은 1장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지난 해 LG유플러스 ‘911 보고문화’를 시행했는데 내용은 업무보고는 구(9)두로 빠르게, 꼭 필요한 문서는 한(1)장으로 핵심만 표시하고 한(1)번의 보고로 마무리하는 원칙이다. 지금 소개한 내용은 당연히 포스터로 만들어 모든 회의실에 게시하고 있다. 아무리 권한이 많이 임원이라도 대문짝만하게 부착되어 있는 회의문화 캠페인을 어기는 것은 상당히 민망한 일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삼성’이라는 혁신 선포를 했는데 역시나 1번은 회의와 보고문화 개선이었다. 회의 자체를 시간과 횟수 모두 절반으로 줄이고 스피드 보고의 3대 원칙(동시, 실무, 심플)을 지키기로 했다.

자율을 주겠으니 실적은 확실히 책임져라

국내 10대 기업을 중심으로 유연하고 활기찬 협력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정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구별 없이 모든 조직에는 엄청난 비중과 영향력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라는 청년세대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실적은 책임지겠으니 제발 자율을 달라.”

이러한 요구에 임원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

“좋다. 자율을 주겠으니 실적은 확실히 책임져라.”

여기서 꼭 기억할 게 있다. 자율을 준다고 넋 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막판에 역량과 성과평가만 해서는 안 된다. 자율을 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일을 잘하도록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포함한다.

 

> 관련 기사(HR Insight, 2017년 6월호)

 

 

Published by

Time to CUBE

소셜 공유 서비스 - CUBE를 만날 시간입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